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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정리되지 않은 생각

세상에서 가장 약한것

어딘가 보고 있는것 같긴한데.. 그게 어딘지 확실치는 않다.

 

세상에서 가장 약한것

스님들이 사는 절에서는 고요한 새벽, 세상을 깨우기위해 종을 울린단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깨우는 동물이 토끼란다. 토끼라....
"여우들에게 잡혀먹지 말고, 열심히 도망다녀서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내라" 고..
그리고 마지막 여우들을 깨우면서는, "오늘하루 토끼 한마리로 만족하고, 더 많은 사냥은 하지 말라" 고..

작은 토끼한마리와 동거를 시작한지 2년반쯤 되었다. 
이름은 유끼 (ゆき) 이다. 희멀겋게 생겼다는 이유로 지어준, 참으로 성의 없는 이름이다.

그 어떠한 생각도 없어보이는 눈빛으로  케이지를 물어뜯고 노는 그에게 매일아침 이렇게 속삭여 준다.
"철드는건 바라지도 않는다. 부디 오래오래 살아라...."

 

넓은 세상

밥을주면 밥이 밥통에 떨어지는 속도와 동일한 속도로 밥통에 머리를 쳐박는다.
말린 파인애플, 고구마, 브로컬리, 당근, 민들레잎.... 등등의 간식과 견과류를 보면 흥분을 한다.
가끔 신경질이나면, 신문지를 갈기갈기 찢어발기거나, 걸어놓은 물통을 180도로 회전시켜 놓기도 한다.
케이지 밖으로 나오면, 고양이 발판(우리집엔 고양이 1님과, 토끼 1님이 한방을 쓰셨었다.)에 앉아 있다가, 아무 이유없이 뜀박질을 하다가, 마룻바닥을 긁기도 한다. 아마도 땅을 파고 싶은것일테다.

"그런  그에게 보다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 라기 보단,

그넘의 똥을 치우는것이 너무 힘들어서... 
방안가득 날리우는 토끼털이 힘에 겨워...
밖으로 쫓아 내기로 했다고 하는것이 더욱 적절한 이유가 될 것이다.

 

새로운 집, 그리고 뜻밖의 친구들..

삼년간 살던 정든 방구석을떠나, 세상 밖으로 나오는 여정은 그리 쉽지 않았다.
뒷마당에 아늑한 새 보금자리를 만들어 준다는 약속은 한달... 두달... 자꾸만 미루어졌다.
이유는 100% 게으른 주인 탓일테다.
"토끼장 만들기는 여간 어려운게 아니라규?!"

새로운 보금자리엔 어마무시한 돈이 들어갔다.
아마추어 목수인 탓일터 이지만, 좀더 좋은 집을 지어주고 싶은 부모(?) 맘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게다가 홀로 외로운 세상을 살아갈 유끼가 안쓰러워, 친구들 둘을 Shelter 에서 데려오느라, 더더더 큰집, "다세대 주택"이 필요했다.

공사는 한달가량 걸렸다.
주말엔 아침 7시 부터 저녁 7시까지, 대략 12시간을 꼬박 공사에 전념했고, 평일엔 퇴근후 2-3시간은 꼬박꼬박 집짓기에 공을 들였다. 프로골퍼가 부럽지 않을정도로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와, 이래저래 긁혀 상처투성이인 다리와, 톱밥으로 인해생긴 피부트러블이 그간의 나의 열심을 증명하는것이리라. ㅠㅜ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다오.
코코와 브루노.. 친구들에게 깝치다가 줘 터지지 말고, .. (나인 젤 많으면서... 쩝.)
부디 행복하게,.. 이 한평생 살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