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열번째 생일파티는 매우 화려했단다. -물론 열살이 되어서야 하는, 첫번째 생일파티 였지만...- 네 생일 파티가 있기 열흘전부터, 엄마와 아빠는 집안 꾸미기에 나섰다. 천장에는 팜팜을 사방천지에 달아 놓고, 벽에는 해피벌쓰데이 배너를 붙여놓고, 창문에는 반짝이 커튼도 달았다. 엄마는 딸의 첫번째 생일파티를 위해 스낵바 꾸미기에 여념이 없었고 - 물론 너무 많이 준비한 탓에 생일 파티가 지난 지금 (한달후) 까지도, 쵸컬릿이 냉장고에 있긴 하지만-, 아빠는 뒷뜰에 텐트를 치고, 뒷뜰을 청소하고, 마시멜로우를 굽기위해 불피울 준비를 하느라 두주 동안은 우리집 전체가 정신이 없었다. 열명정도의 친구들이 왔고, 여섯명 정도의 친구들이 텐트에서 슬립오버를 했고, 그 다음날까지 이어진 생일파티는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끝이났다.
1박2일의 생일파티 캠프... 네가 이 글을 읽을때 즈음에, 너의 화려 했던 첫번째 생일 파티를 기억을 할수 있을까?
얼마전 회사출근길에 이런 생각을 했다. '물론 핸드폰으로 사진찍기가 취미인 엄마의 노력덕분에, 너의 어릴적 모습들과 사건들, 추억들은 고스란히 사진속에 남아 있을테지만, 하루하루 몰라보게 자라는 너에게 엄마와 아빠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들은, 사진으로 기억을 하는것 너머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고 말이다. 아직 열살 꼬맹이의 모습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이제 몇해만 지나면 빼쪽한 사춘기 소녀가 될터이고, 엄마 아빠의 말은 고막에 닿기가 무섭게 귀를 닫아버릴테니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그랬던것 처럼-, 네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렇게 편지로 남겨 놔야 겠다고 말이다.
앞으로 십년이 지난후엔 어떻게 변해 있을까? 그때도 여전히 꼬맹이이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징그런 아가씨의 모습이 되어 있을까.. 지금처럼 엄마 아빠와 수다도 떨면서, 까불기도 하는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친구들 만나러 다니느라.. 엄마 아빠 볼 시간도 없는.. 날라리가 되어 있을까..
네가 어떤 모습이 되어있든간에, 확실한건, 아빠는 스무살이 된 네게, 앞으로의 네 인생에 대해, 아마 무척이나 많은 이야기를 해 주고 싶을테고... 허나, 그런 아빠의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을꺼란 것 또한 분명 확실할테다. 이글을 읽으며 뜨끔하지 않길 바란다! 그래서 아빠는 하루하루 네가 자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 편지를 십년동안 쓰면서, 네게 꼬옥 해 주고픈 말들을 기록해 볼 참이다. 네가 스무살이 되었다는건, 응애 하고 갓 태어난 베이비 같은것이니.. 이제 세상에 처음 발을 딛는 네게.. 지금부터 조금씩 십년간은 잔소리를 시작해야, 네가 서른즈음이 되었을때, 누구라도 좋아하는 멋진 한 호모사피엔스가 되어 있지 않을까...? ㅎ
아빠 인생에 원래 십년간 뭔가를 꾸준히 한게 하나도 없어서, 이 편지가 언제까지 씌어질지, 또 얼마만에 한번씩 끄적이는 편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스무살이 되어 이편지를 읽는 네 모습을 상상하며... 시작해 보련다.
<네이버 블로그 백업 - 201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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